예규판례

제목 상법절차 따른 것 아니면 자본 납입이 아니고, 담세력 인정되면 과세
등록일 2024-04-01
조세일보
◆…법무법인 율촌 이정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여 토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합작투자계약이 해제되고, 토지가 공매처분되고 남은 돈을 SPC가 소유하고 있으면 이를 과세소득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법인세법이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상 의미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법적안정성이나 조세법률주의가 요구하는 엄격해석의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의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은 상법상 회사 설립 또는 설립 후 신주 발행 시 이루어지는 납입행위(상법 제295조 제1항, 제303조, 제305조 제1항, 제421조 제1항 등)만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그리고 주금납입으로 인정되지 않는 수령금(이 사건 수령금)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어 비록 사법상으로는 원고에게 이 사건 수령금을 수령ㆍ보유할 법률상 권원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그와 같이 현실로 수령한 이 사건 수령금을 참가인에게 반환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해 온 이상, 원고는 이 사건 수령금 상당의 이득을 지배ㆍ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그와 관련한 담세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원고는 토지소유자인 참가인과 건설사가 합작투자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공동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SPC다. 토지 소유자는 토지를 제공하고 건설사는 돈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토지소유자와 건설사는 SPC를 설립하고, SPC가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시가의 51%에 취득하기로 하였다.
건설사는 SPC를 통하여 51%에 해당하는 돈을 투자하고,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시가보다 49% 싼 가격으로 매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49%를 현물출자한 것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SPC는 외부 및 건설사로부터 차입한 돈으로 토지 매매계약상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였다. 그리고 대주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방식으로 신탁을 설정하였고, 대주가 1순위, SPC가 2순위 수익자가 되었다.

그 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합작투자계약은 해제되었고, 해당 토지는 공매로 처분되었다. 토지의 처분대금 중 대주 몫은 대주가 가져갔고, 남은 돈이 2순위 수익자인 SPC에게 돌아갔다. SPC가 받은 금액은 자기가 지출한 금액을 초과하였는데, 이 초과한 금액을 세법상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가 쟁점이 되었다.

SPC는 이 초과한 금액은 토지소유자가 자본을 납입한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하였다.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시가보다 싸게 SPC에 매각하였고, 그 토지가 공매를 통해 매각되고 남은 돈은 토지소유자가 SPC의 자본을 납입한 것과 동일하다는 논리였다. 세법이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을 소득으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이 때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의 의미에 대하여 법인세법이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상 의미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법적안정성이나 조세법률주의가 요구하는 엄격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아,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은 상법상 회사 설립 또는 설립 후 신주 발행 시 이루어지는 납입행위만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SPC는 상법상 회사 설립 또는 설립 후 신주발행 시 이루어지는 납입행위로서 금전을 수령한 것은 아니었다. SPC는 합작투자계약의 일환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였고, 합작투자계약의 주요 내용은 'SPC가 토지의 49% 지분을 현물출자 받고, 나머지 51% 지분을 타인이 출연한 자금으로 매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계약이 해제되면서 토지가 매각되어 SPC가 매각대금을 수령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매각대금 중 현물출자하고자 하였던 비율(49%)만큼의 경제적 실질을 '출자 납입의 변형물'이라고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법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상법상 회사 설립 또는 설립 후 신주 발행 시 이루어지는 현물출자의 이행이 아닌 이상 자본의 납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 SPC에 남은 이 초과금액이 SPC의 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사법상으로는 원고에게 이 사건 수령금을 수령, 보유할 법률상 권원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그와 같이 현실로 수령한 금전을 참가인에게 반환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해 온 이상, 원고는 수령금 상당의 이득을 지배,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그와 관련한 담세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의 입장은 세법상 별도의 개념 규정이 없는 한 사법상 개념에 입각하여 차용개념을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기존의 대법원의 태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나아가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은 본래 상법상 절차와 요건을 갖춘 경우임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평가된다.

과거 대법원은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관하여, "소득세법은 개인의 소득이라는 경제적 현상에 착안하여 담세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에 과세하려는데 그 근본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라고 하여 소득세 부과대상이라는 법리를 정립하였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그리고, 이러한 법리를 법인이 밀수금괴를 매입하여 판매한 사안(대법원 1994.12.27. 선고 94누5823 판결), 무효인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익금으로 산입한 사안(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누7758 판결)에까지 적용하였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법리를 이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도 원고는 2011년 수령한 금전을 2019년 원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토지소유자와의 분쟁으로 반환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해 보인다.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5844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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