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통고처분해도 대상이 아닌 내용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권 보장해야
등록일 2024-03-16
조세일보
◆…법무법인 율촌 박상현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세무조사결과통지 내용 중 고발 또는 통고처분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 대하여는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 청구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세무조사결과통지 내용 중 고발 또는 통고처분의 대상이 된 조세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예외규정인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세법은 납세자가 세무조사결과통지 또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경우 통지의 내용에 대하여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미리 납세자에게 통지하여 그 내용에 이의가 있는 납세자로 하여금 과세의 적법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이다.

이러한 절차는 과세관청이 위법∙부당한 처분을 행할 가능성을 줄이고 납세자도 과세처분 이전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권리구제절차이다. 이러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과세처분 이후에 행하여지는 심사∙심판청구나 행정소송에 비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이루어진 과세처분을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무효로 보고 있다.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세법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없는 예외 사유에 대하여도 규정하고 있는데,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가 그 중 하나이다.

이 사건에서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납세자에 대하여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하여, 납세자가 가공의 공사원가를 계상하고 해외공사 수입금액을 신고 누락하였으며 유가증권 손상차손을 손금에 잘못 산입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세무조사결과통지를 하는 한편, 납세자가 가공의 공사원가를 계상하고 해외공사 수입금액을 누락하여 법인세를 포탈하였다는 이유로 범칙처분인 통고처분을 하였다. 즉 세무조사결과통지 내용 중 일부에 대하여만 통고처분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 경우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 역시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과세관청으로서는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 청구 가능 기간인 30일이 도과하지 않은 때에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고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통고처분의 대상이 된 해당 조세범칙행위 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로 한정되므로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세무조사결과통지의 내용 중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여 그 적법성을 심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은 고발 또는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는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권이 박탈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인해 줌으로써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 주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한편 과거 대법원은 법인세 부과처분과 소득금액변동통지가 별개의 처분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전자에 대한 고발 내지 통고처분과 후자에 대한 그것은 구분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어, 마치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로서의 '고발 또는 통고처분'이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을 처분단위, 즉 과세단위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로서의 고발 또는 통고처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하나의 처분 내라고 하더라도 고발 또는 통고처분과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기준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과세단위를 기준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기존 대법원 판결의 다소 모호했던 부분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두4596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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