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실질과세원칙으로 감자를 자산양도 거래로 함부로 재구성할 수 없어
등록일 2024-03-05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사업부문을 현물출자하고 받은 우선주를 주주간계약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감자하면서 생긴 이익은 사업부문의 양도차익이 아닌 세법상 배당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우선주 유상감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쟁점 금원은 수입배당금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인은 자기가 번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한다. 만약 법인인 주주가 이러한 배당을 받으면, 법인주주는 이를 다시 자신의 소득으로 보아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를 경제적 이중과세라고 한다.

이러한 경제적 이중과세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세법은 법인인 주주가 받는 배당금 중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주주가 감자로 받는 대가에서 취득가액을 차감한 가액을 세법은 배당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납세자가 수령한 우선주 감자대가에서 취득가액을 차감한 가액이 세법상 배당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배당에 해당하면 배당금액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세소득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납세자는 캐나다법인과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납세자는 네트워크 사업부문 전부를 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하고 보통주와 우선주 등을 지급받았다.

한편, 납세자와 캐나다법인은 주주간계약을 체결해 일정한 요건이 달성되면, 합작법인이 우선주를 감자하여 납세자에게 감자대가를 지급하고, 그와 동시에 캐나다법인에게 새로운 우선주를 발행하도록 정했다. 그리고 위 요건이 달성돼 합작법인은 위 주주간계약에 따라 납세자에게 우선주를 감자하면서 감자대가를 지급했다.

납세자는 감자에 따른 이익을 세법의 규정에 따라 배당으로 보고, 배당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수령한 우선주 감자대가의 실질을 현물출자한 네트워크 사업부문의 양도대금으로 봤다. 이에 따라 배당금의 일정비율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한 것을 부인하고, 과세소득을 증액하여 법인세 부과처분을 했다.

원심은 납세자가 조세회피 의도를 가지고 이례적인 유상감자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해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받은 금원이 우선주 감자대가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우선주 유상감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주 감자대가는 자본감소에 따른 의제배당액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납세자와 캐나다법인의 주주간계약이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네트워크 사업부문에 대한 사업양도대가 적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실질과세원칙은 조세부담의 공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질에 따라 세법을 해석하고 과세요건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원칙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이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라고 판시했다.

실질과세원칙상 '실질'의 의미에 관하여 '법적 실질설'과 '경제적 실질설'의 견해 대립이 있다. '법적 실질설'은 형식·명의·외관에 구애받지 않고 당사자 및 거래의 내용을 사법 질서에 따라 확정한 뒤 세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제적 실질설'은 세법은 사법에 입각한 거래의 내용 및 귀속에 구애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거래의 내용 및 귀속을 재구성해 세법을 적용하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경제적 실질설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실질설의 태도를 취한 대법원 판결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즉, 대법원은 경제적 실질설을 원칙으로 하되, 여전히 법적 실질설도 존중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건에서 원심과 대법원 판결은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론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상적인 납세자는 과세관청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것을 염두에 두거나, 이것에만 주안점을 두고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다. 거래 내지 법률관계는 세금보다는 오히려 여러 제반 요소 및 협상에 기초하여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론은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한계를 분명히 해 조세법률주의를 개별 사건에서 제대로 구현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0두3785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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