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명의신탁합의 있어 증여의제규정 적용한 경우,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적용은 불가
등록일 2024-02-02
조세일보
◆…법무법인 광장 이정아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제공)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상증세법'이라함) 제41조의2 제1항(현행 제45조의2)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요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의 다음날을 말한다)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괄호 부분은 상증세법이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것이다. 일반적인 명의신탁 사례에 대하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관련 판례도 많지만, 괄호 부분은 2000년대 이후에 시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적용 범위에 대한 판례가 거의 없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0두53378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위 괄호 부분(이하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과 관련한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A는 갑 주식회사의 발생주식 전부를 실제로 소유한 자로서, 해당 주식을 본인 및 B, C, D, E 명의로 나누어 보유하고 있었다. 원고는 1992. 5. 12. A와의 사이에 위 발행주식 전부에 대하여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후, D, E 명의의 주식에 대하여는 명의개서를 마쳤으나, A, B, C 명의의 주식에 대하여는 명의개서를 하지 않고 2017. 3. 31.까지 기존 명의수탁자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과세관청은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원고 및 A, B, C에게 증여세를 부과․고지하였다.

대상판결은 1심, 2심, 3심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당해 재산을 취득한 후 그 취득 연도의 다음연도 말까지 명의개서 등을 하지 않고 종전 명의자 이름으로 남겨 둔 경우도 명의신탁을 한 것으로 보고 증여의제 한다는 것으로서, 전형적인 적용 사례는 양도인으로부터 양도인 명의의 주식을 양수한 후 양수인이 명의개서를 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였다. 또한 구 상증세법 제41조의2는 재산보유의 실질과 명의를 일치시키고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등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증여의 실질이 없음에도 증여세를 부과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은 엄격하게 절제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대법원 2014두43653 판결 참조).

법원은 본 사안의 경우 늦어도 1999. 5.경 원고와 기존 명의수탁자들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사실인정하였다. 주식 양수도계약서상 A, B, C가 '잔금 결제일 이후부터 주주권 행사를 포기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A 등이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겠으며,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작성한 점 등을 근거로 하였다.

이처럼 주식의 양수인인 원고와 기존의 명의수탁자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의 합의가 있어 기존의 명의를 유지한 경우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뿐이며,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요건인 명의신탁의 합의'가 없더라도 증여의제 대상이 되도록 한 예외적인 규정으로서, 새로운 명의신탁의 합의가 있어 그 합의일에 이미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었다면 추후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다 하여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다시 적용하여 중복 과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 이 사건 주식에 대하여는 늦어도 1995.경까지는 원고와 A, B, C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의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인정되었다. 따라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만이 적용될 수 있을 뿐인데, 이미 합의일로부터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였기 때문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새로운 양수도거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 과세관청에서 주식의 변동 여부 자체를 파악할 수 없어 과세가 어렵다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과 관련한 최초의 판결은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두43653 판결이었다. 위 사안은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여 명의수탁자 앞으로 명의개서된 주식이 상속된 경우에 관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기존의 명의수탁자는 당초 명의개서일에 이미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된 주식에 관하여 상속으로 인하여 상속인과 사이에 법적으로 명의신탁관계가 자동 승계되는 것을 넘어 그와 같은 법률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어떠한 새로운 행위를 한 것이 아니므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함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의 경우에도 기존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명의개서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나, 기존 판결과는 달리 '상속'이 아닌 '양수도'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변경된 경우이므로 기존의 결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였다. 특히 기존 판결에서는 '상속'으로 인하여 주식의 소유권이 변동되었고 명의수탁자로서는 별도의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요건을 분명히 하면서 – 명의신탁의 합의 + 명의개서 -, 명의신탁관계의 설정에 새로운 명의개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기존의 명의수탁자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명의신탁의 합의를 한 경우에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경우, 그와 별도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여지는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0두533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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