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경영진이 약정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환매한 주식도 상장차익 과세대상
등록일 2024-01-09
조세일보
◆…법무법인 율촌의 양건호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기업의 대표가 소유한 주식의 전부를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한 후 당초 투자약정에 따라 주식을 다시 매수한 경우에도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의 증여 과세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최대주주 … 와 특수관계에 있는 원고가 위 최대주주등으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후 5년 내 … 이 사건 주식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됨으로써 … 과세요건이 인정되어 … 증여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세법은 상장에 따른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최대주주가 자녀 등 특수관계자에게 비상장주식을 증여하거나 양도하여 얻은 상장 시세차익을 증여로 보아 과세하고 있다.

이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1)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최대주주 등이 (2) 그 특수관계인에게 해당 기업의 주식을 증여하거나 유상으로 취득하도록 하고 (3) 증여 또는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해당 주식이 증권시장에 상장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던 중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소유주식 전부를 외국의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하였고, 재무적 투자자는 주식을 취득한 후 유상증자로 회사에 추가적인 자금을 투자하였다.

이와 더불어 원고는 회사가 일정한 경영성과를 달성하는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차례에 걸쳐 주식을 취득하였는데, 원고가 주식을 취득한 후 5년이 경과하기 전에 해당 주식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다. 과세관청은 원고가 특수관계자인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취득한 후 5년내 상장되었으므로 상장차익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재무적 투자자는 의결권을 모두 경영진에게 위임하여 경영에 관여하거나 내부정보를 취득한 바 없었으며, 원고의 주식 취득 당시 상장에 관한 미공개 정보 자체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려웠으므로, 위 재무적 투자자가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에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해서는 주식의 증여자가 기업의 최대주주 등에 해당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것이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원심은 최대주주 등이 의결권에 대한 위임을 해지하는 등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법률적 장애가 없었다면 설령 현실적으로 내부정보를 취득한 적 없거나 심지어 상장 등에 관한 미공개 정보가 없었더라도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긍정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과 대법원 판결의 결론에 따르면 기업의 최대주주 등은 사실상 언제나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즉, 기업의 경영진이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취득한 후 5년 이내에 상장되기만 하면 내부정보의 존재 및 이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증여세가 과세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회사의 임원이 별다른 이익분여의 의도 없이 경영상의 이유로 최대주주 등로부터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는 거래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까지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의 증여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다수의 대법원 판례 및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인정한 바와 같이, 세법이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최대주주 등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특수관계자에게 변칙적으로 부를 세습하는 것을 규율함으로써 조세정의 및 조세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의 판례는 이처럼 부당한 과세처분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공개 정보'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 판단에 고려하는 해석론을 펼쳐왔다.

예컨대 법원은 법인설립 단계에서 발기인의 신주 취득 등에 관하여 '신규로 설립될 법인의 경영 등에 관해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라는 것을 상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이유로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의 증여 과세를 부정한 바 있다.

즉, 주식의 취득 당시 이용할 수 있는 미공개 정보 자체를 상정할 수 없는 경우라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이론적·가정적 가능성만을 근거로 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의 증여 과세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이 사건에서 원심 및 대법원은 세법의 조문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라는 과세요건을 형해화하고 입법취지에 반하는 부당한 과세를 용인한 것은 아닌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입법자 또는 대법원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억울한 증여세 과세가 내려지지 않도록 입법적 또는 사법적 해법을 도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두424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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