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재산세액 일부만 공제하도록 한 종부세법 시행령 무효 아냐
등록일 2023-12-25
조세일보
◆…법무법인 율촌 김지수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 해당 부동산 보유에 대해 이미 납부한 재산세액 전부가 공제되지 않도록 한 종부세법 시행령 규정은 무효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 조항이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영역에 부과되는 재산세액 중 일부만을 공제하도록 하였더라도 구 종합부동산세법 제9조 제4항과 제14조 제7항의 위임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에 도입됐다. 종부세가 도입되기 전에는 지방세인 재산세만 납부하면 됐다. 지방세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세금으로, 납세자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부동산 등 재산세 과세대상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이를 합산하여 과세할 수 없었다.

이에 전국에 있는 모든 부동산의 가액을 납세자별로 합산하여 누진세율로 과세하기 위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다. 이 때 납부할 종합부동산세액 계산 시 종전에 납부한 재산세액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었다.

과거 종부세법은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은 종합부동산세액에서 이를 공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시행령은 종부세 과세표준에 대한 재산세액 상당액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었다.

한편 종부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재산세액을 산출할 때에도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여 산출하도록 하고 있었다.

공시가격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과세하면 세부담이 커져 조세저항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공시가격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 당시 종부세와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각각 70%로 동일하였다. 따라서 종부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의 70%가 됐다. 그리고 이 70%에 해당하는 재산세액 상당액도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곱하여 계산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재산세액의 49%만 종부세에서 공제되도록 되어 있었다. 이 때 납세자는 재산세액의 70%가 종부세에서 공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2015년 납세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 후 시행령 규정이 개정됐다. 과거 종부세 과세표준에 대한 재산세 상당액으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종부세 과세표준 ×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 공시가격]의 비율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공제하도록 개정됐다.

종부세 과세표준에 대한 재산세 상당액이라고 규정하여 해석상 논란이 있던 부분을 위와 같은 산식으로 분명하게 시행령에 규정했다. 과거와 같이 49%에 해당하는 재산세만 공제하겠다는 취지의 개정이었다.

원심은 이와 같은 시행령 규정을 무효로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같은 과세대상에 대하여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고 재산세로 부과된 세액의 일부만을 공제하여 준다면 공제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이중과세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게"되므로 "종합부동산세법은 재산세액 전부를 공제하도록 하되, 이를 산정하는 세부사항 등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재산세액 일부만을 공제하도록 한 시행령 규정이 법률의 위임범위와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상판결에서는 재산세액 일부만을 공제하도록 한 개정된 종부세법 시행령 규정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재산세액 공제 범위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주어진 영역이라고 할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영역에 부과되는 재산세액 중 일부만을 공제하도록 하였더라도 구 종합부동산세법 제9조 제4항과 제14조 제7항의 위임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전제에 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100이라는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로 인하여 70만큼에 대해 종부세가 과세된다. 30에 대해서는 종부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한편 재산세는 70에 대해서도 과세되고 30에 대해서도 과세된다는 전제에서, 30에 대한 재산세는 공제하지 않고 70에 대한 재산세만 공제되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면 종부세 과세표준(70)에 대한 재산세액을 공제하도록 한 시행령 규정도 나름 합리적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시행령 규정이 이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본 것이다.

대상판결은 재산세액 공제 범위에 관한 분쟁을 종결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종합부동산세법은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재산권 제한으로서 기본적으로 침익적 성격의 법률로 볼 수 있는데, 침익적 법률을 수범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신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재산세액 공제 제도는 이중과세 조정의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서 이를 시혜적 성격의 세액공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종합부동산세법 개정과 관련하여 국회에서도 재산세액 공제 범위 축소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너무 쉽게 납세자에게 불리한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두3979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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