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30년 함께 일했는데, 남편에게 받은 돈이 증여라고요?"
등록일 2023-08-12
조세일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편 명의의 과수원에서 30년간 함께 일했어도, 객관적인 입증을 하지 못한다면 남편이 아내에게 준 돈은 증여에 해당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A씨는 30여년간 남편 명의의 과수원에서 함께 일해왔다. 남편은 2010년부터 치매 증상을 보여 통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이후 기억상실까지 보이며 A씨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건강이 악화된 남편은 2021년 사망했고, A씨와 다른 자녀들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죽은 남편의 계좌를 조사하던 도중, 죽기 전 A씨에게 이체한 금액이 사전증여에 해당한다면서 상속세를 경정·고지했다. 30여년간 함께 일해서 번 소득을 나누는 것이 당연했다고 생각한 A씨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들기게 됐다.

A씨는 남편과 30여년간 과수원에서 감귤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과수원은 공동사업이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도 당연히 공동재산이라는 설명이다. 또, 함께 감귤농사를 지으며 그에 상응하는 대금과 생활비 등을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A씨는 농산물출하확인서를 통해, 남편이 죽기 전 치매를 앓았던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아내가 남편과 함께 공동 경작한 작물을 출하한 내역도 제출하며, 국세청의 결정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국세청은 30여년간 남편과 함께 감귤농사를 했다는 객관적인 증빙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0차례에 걸쳐, 남편의 계좌에서 A씨의 계좌로 금액이 이체됐다. 국세청은 A씨가 남편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배우자증여공제 또는 상속공제를 통해 이미 과세에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남편의 계좌로부터 예금이 이체된 사실이 확인되는데도 입금 후 사용처를 입증해 달라는 요청에 A씨는 '계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활비 성격이라고 하기엔 고액의 출금인 점, 보통 매월 이체되는 일반적인 생활비와 성격이 다른 것도 고려하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양측의 의견과 사실관계를 살펴본 심판원은 결국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남편의 계좌에서 예금이 인출돼 A씨의 계좌로 예치된 이상, 그 예금은 증여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것이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는 입증의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와 남편 사이에 공동사업에 대한 수입금액 배분 약정이 확인되지 않고, 이체시기, 이체 금액 등에서 감귤출하금액과의 연관성도 찾기 어렵다. 또 2016년 5월 이전에 분배된 수입금액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심판원은 "제출된 증빙서류만으로 해당 금액이 수익분배금에 해당하거나, 생활비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사전증여재산으로 보고 상속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참고심판례: 조심2023부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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