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수입자동차 인증대행업체, 수입대행 인정..."관세 납세의무자는 구매자"
등록일 2023-07-11
조세일보
◆…법무법인 광장 조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제공]
수입신고를 한 물품인 경우 관세의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그 물품을 수입신고하는 때의 화주'다. 화주는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를 말한다. 다만, 관세법 제19조 제1항 제1호 가목은 화주가 불분명할 때 수입을 위탁받아 수입업체가 대행수입한 물품인 경우 관세의 납세의무자를 '그 물품의 수입을 위탁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수입대행은 대행자와 위탁자의 대행계약에 따라 일정한 대행수수료를 받고 자기 명의로 수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입대행의 경우 수입을 위탁한 실제 소유자(국내 소비자)가 관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

그러나 수입대행의 외관만 취하였을 뿐 그 실질에서는 국내 사업자가 해외 판매자로부터 직접 수입하여 다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거래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그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국내 소비자가 아닌, 국내 사업자가 된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두2270 판결)에서는, 수입대행을 인정하지 않고 국내 사업자가 해외 판매자로부터 직접 수입하여 다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거래로 보기 위해서는 해외 판매자와 국내 사업자, 그리고 국내 사업자와 국내 소비자 간의 2단계 거래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이 증명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정이 충분히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를 여전히 국내 소비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B회사는 수입자동차 인증대행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B회사에서 외화송금과 수입통관 업무를 담당하였다. 구매자 E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다고 하면서 B회사 계좌로 계약금을 송금하였고, 원고는 수출자 D에게 그대로 송금하였다.

원고는 E에게 국내에 있어도 이 사건 자동차를 수입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E는 이 사건 자동차를 직접 보기 위해 출국을 하였다. E는 D를 직접 만나 D와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물품대금의 일부도 D에게 직접 지급하였다.

이와 동시에 E는 국내에서 자신의 자금을 관리하는 I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서 잔금 상당액을 인출하였고, 원고는 I를 만나 D에게 B회사 명의로 잔금을 송금하였다.

원고는 B회사의 대표자 F의 허락을 받아, 이 사건 수입신고를 하면서 수입자와 납세의무자 명의를 B회사로 하였다. 그 뒤 F는 이 사건 자동차 인증업무를 담당하였고, 이 사건 자동차는 인증 이후 E에게 인도되었다. 이후 처분청은 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수입신고하면서 저가신고하여 관세를 포탈하였다고 판단하고, 납세의무자를 이 사건 회사에서 원고로 변경함과 동시에 관세와 과소신고 가산세 등을 부과하는 경정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수입이 수입대행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상판결은 ① 원고가 실제 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지 여부, ② 원고로 납세의무자를 변경한 이 사건 처분이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이 사건 수입이 수입대행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판단하였다.

대상판결 이전, 조세심판원과 제1심은 모두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조세심판원(조세심판원 2021. 4. 30. 자 2020관0189 결정)은 이 사건 자동차의 구매ㆍ운송ㆍ통관ㆍ처분 등 모든 과정을 원고(청구인)가 주도한 것이며, 이 사건 자동차의 처분에 따른 이익도 원고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았다.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2. 8. 18. 선고 2021구합69394 판결)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수입대행으로 보기 어렵고, 객관적인 자료는 확인되지 않더라도 이 사건 자동차의 수입과정을 원고 또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회사가 수행한 것이며, 관세 등을 과소신고하여 얻은 이득도 원고에게 귀속되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항소심의 판단(대상판결)은 어땠을까?

대상판결은 이 사건 수입신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의 실제 소유자로서 이를 수입한 화주는 E라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수입한 화주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①번 쟁점에 대하여, E는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한 구매를 결정하고 D를 직접 만나 교섭한 후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그 매수인 지위에서 이 사건 자동차를 수입하려고 한 것이며, 그 수입과정에서 필요한 관세 신고, 외화 송금 등의 수입통관 절차를 원고에게 대행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물품을 수입하는 과정을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은 위탁에 따른 당연한 업무처리절차일 뿐 수입신고 당시 실제 소유자로 판단할 수 있는 사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부분은 수입 과정에서의 역할과 수입물품의 실제 소유자로서 지위가 서로 별개의 대상임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②번 쟁점에 대하여는, 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매수한 뒤 E에게 전매하여 전매차익 상당을 얻었다는 점이나 관세포탈로 인한 실질적인 이익이 원고에게 귀속되었다는 점 모두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처분청이 이 사건을 '수입 후 국내 판매'로 보면서도 해외 판매자와 국내 사업자, 그리고 국내 사업자와 국내 소비자 간의 2단계 거래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던 것이므로, 이 사건 자동차를 수입한 실제 소유자를 E라고 본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한편, 현행 관세법은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으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두44879 판결)은 관세법을 해석할 때에도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은 실질과세원칙이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관한 기본원리로서 명문 규정이 없는 관세법 사안에서도 적용됨을 확인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서울고등법원 2023. 4. 6. 선고 2022누584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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