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게으른 국세공무원…전화 한통 안해 '세금' 놓쳤다
등록일 2023-05-06
조세일보
◆…한 다가구주택 우편물 반송함에 먼지 앉은 고지서 등이 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사진 연합뉴스)
납세고지서를 전달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국세청의 '공시송달(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 조치가 위법하기에, 이에 따른 과세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국세청이 세금을 고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국세기본법에서는 교부, 우편, 전자송달 등의 방법으로 세금고지서를 납세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고의적인 납세 회피(고지서 송달 회피)도 빈번하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막고자 세무서 앞 게시장(시·군·구청 게시판, 관보 게재 등)에 '공시'하는 방식으로도 세금을 고지할 수 있다. 단, 공시송달은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납세자를 방문해 서류를 교부하려고 했으나 수취인이 부재중이라는 점'이 확인됐을 때라는 전제가 붙는다. 세금이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무공무원이라면 세금 부과에 앞서 적법한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중국인인 A씨. 그는 2018년 국세청(처분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에서다. 국세청은 A씨가 금융서비스·대부중개 관련 사업자등록증을 위·변조해서 게임아이템 거래 중개플랫폼 운영사의 판매자로 등록한 뒤에, 그 수입금액을 신고누락했다고 봤다. 이에 종합소득세(2009·2010년 귀속)를 결정·고지했으나, 납세고지서가 반송되자 그해 8월 공시송달했다.

이러한 과세처분에 불복(심판청구 제기)한 A씨는 "건설 현장에서 근로하는 것 외에 어떠한 사업도 영위한 사실이 없고, 위조된 사업자등록증으로 인한 소득·수익·재산·행위·거래가 본인에게 귀속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납세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세 부과제척기간(5년)을 넘겼기 때문에 위법하다고도 했다.

반면 처분청은 "이 건 심판청구는 납세고지서의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한 날(2018년 7월 7일)로부터 90일이 지나서 제기된 것이므로 각하 대상"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세금고지서를 납세자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한 노력도 없는 상태에서 공시송달한 것으로 판단, 세금부과 자체를 취소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심판원의 인용 결정에 과세관청은 불복 권한이 없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처분청은 발송한 납세고지서가 '주소 불분명'으로 반송되자 바로 공시송달했으나, 실제 반송 사유는 '폐문 부재'로 확인된다"며 "더욱이 처분청이 납세고지서를 발송하기 직전 청구인을 상대로 한 조사과정에서 청구인의 실제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당공무원이 전화연락 등의 방법에 의해 납세고지서를 송달하고자 했다면 정상적으로 송달됐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조치 없이 고지서가 반송되자 바로 공시송달한 것을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참고심판례: 조심2023서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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