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조세조약상 해외거주자더라도... 국내법상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有"
등록일 2023-04-25
조세일보
◆…법무법인 광장 원다빈 회계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제공]
우리나라는 역외금융정보 수집을 통한 세원기반 확대와 역외탈세 방지를 위해 2011년도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등을 도입하여 이행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와 해외현지법인 자료제출의무는 조세조약과는 관련이 없으며, 국내 세법상 한국 거주자에 해당하는 한 원칙적으로 각 신고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30 선고 2022과96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원고가 한국 거주자라는 판단 하에, 원고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행위 및 해외현지법인 자료 미제출행위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본인은 국내에 주소를 두지 아니했고, 한국-싱가포르 조세조약상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설령 국내 거주자로 보더라도 소득세법 제3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외국인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우선 원고가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인지 여부에 대해서, 원고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인 배우자가 국내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서초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원고나 자녀들 또한 국내에 체류 시 해당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고, 2017년 이후 새로이 부동산 취득 등 국내에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원고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싱가포르 거주자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원고는 2008년도 싱가포르 영주권에 이어 2018년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함으로서 우리나라 국적을 상실하였고, 싱가포르 내 주택을 임차하여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으며, 2016 ~2019년까지 사이에 국내 체류기간보다 싱가포르 체류기간이 더 많았음을 알 수 있다는 점, 싱가포르에 병원을 운영하고 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 또한 파악되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싱가포르 거주자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가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싱가포르 거주자에도 해당하는 이중거주자로 판단되자, 대상판결의 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이러한 이중거주자에 해당하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그 중복되는 국가와 체결된 조세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간주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국-싱가포르 조세조약을 기반으로 원고의 거주자 지위를 결정하였다.

조세조약에 따른 거주자 판단요건은 (i) 항구적 주거(Permanent home)가 있는 체약국, (ii)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체약국(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Center of vital interests), (iii) 일상적 거소(Habitual abode)를 둔 체약국의 순으로 그 체약국의 거주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만일 위 기준으로도 거주자 체약국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양 체약국의 상호합의로 해결한다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법원은 거주자 판단요건의 첫 번째인 항구적 주거 요건과 관련하여, 원고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인 배우자가 항시 거주하고, 원고와 자녀들이 국내에 머무를 때도 사용하는 주거장소가 있으며, 싱가포르에도 거주 목적인 임차한 주택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그 다음 판단 요건인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요건을 살펴보았고, 원고와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해 볼 때, 원고와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은 싱가포르이므로, 원고의 조세조약상 거주지국을 싱가포르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전제 하에, 법원은 "원고는 조세조약상 싱가포르 거주자에 해당하나,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와 해외현지법인 자료제출의무는 조세조약과는 관계없으며, 국내 세법상 거주자에도 해당하는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신고의무를 부담해야 함이 옳다. 물론, 원고는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한 2018년도를 기준으로 국내에 주소나 거소를 둔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기에, 소득세법 제 3조 제 1항 단서의 '외국인 거주자'에 해당함을 주장하나, 원고와 같이 과거 내국인이였다가 중간에 국적 상실 후 외국인으로 된 기간이 5년 이내의 경우, 소득세법 제 3조 제 1항에서 명시한 '해당 과세기간 종료일 10년 전부터 국내에 주소나 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 이하인 외국인 거주자' 단서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와 같은 경우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에 동 조항을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법원은 원고가 조세조약상 싱가포르 거주자인 점 및 원고에게 동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 과실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여 과태료 금액을 감경하였다.

대상판결은 국내법상 한국 거주자이지만, 조세조약상으로는 해외 거주자로 판단된 개인에 대하여,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및 해외현지법인 자료제출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중거주자의 경우 국내 세법이 아닌 해당 조세조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간주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등의 적용 대상이 되는 거주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시 국내 세법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인 모순점이 있다.

이중거자주의 거주지국 판단기준과 해외금융계좌신고의무의 적용대상이 되는 거주자 판단 기준을 달리 봐야하는 이유에 대한 보다 풍부한 논거와 설명 등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30 선고 2022과9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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