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수혜법인·특수관계법인 주주 동일해도 '자기증여' 해당 안 돼
등록일 2022-12-28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규정(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자기증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두52214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 사안의 원고는 최초 1심 단계에서 수혜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지배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그 후 2심 단계에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본건의 경우 '자기증여'에 해당하므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첫 번째 상고이유(간접소유 주장)에 대해서는,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 등이 '지배주주'의 의미를 직접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상법상 '주주'의 의미 내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지배 주주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위 규정의 문언에 비추어 수혜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보유하는 자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두 번째 상고이유(자기증여 주장)에 대해서는,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고,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그 거래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함께 수혜법인 지배주주 등에게 귀속되어 그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규정(상증세법 제45조의3)과 관련하여, 수혜법인의 주식을 간접 보유한 경우에도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지배주주에 해당된다고 처음으로 판시한 판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어 자기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상증세법은 법인이 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일정한 이익을 분여 받는 경우 그 법인의 주주에게 이익이 증여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다. 상증세법 제45조의3(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규정), 제45조의4(일감떼어주기 증여의제규정), 제45조의5(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규정)가 그것이다. 법인이 이익을 분여 받아 순자산이 증가하는 경우 그 법인의 주주 역시 보유한 주식가치가 증가하는 간접적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한 규정들이다.

그런데 만일 이익을 분여한 당사자가 바로 그 주주이거나 그 주주가 지분을 보유한 또 다른 법인인 경우는 어떨까? 이익을 분여 받은 법인 재산이 증가한만큼 주식가치가 증가했다고 보아 주주의 재산상 이익을 포착한다면, 반대로 이익을 분여한 법인의 자산이 감소한만큼 그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가 감소했다고 보아 재산상 손실을 인정해줘야 하는게 아닐까?

이 지점에서 자기증여 논의가 나온다. 세법상 증여는 타인에 대한 무형의 재산 이전을 의미하므로, 증여자와 수증자가 동일한 경우 ① 타인이 존재할 수 없고, ② 경제적 이익이 이전된 바도 없으므로 자기증여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일감몰아주기나 일감떼어주기 증여의제의 경우 증여법인의 순자산에는 변동 없이 제3 자가 증여자와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수증법인에게 이전하는 것이므로 증여자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점이 위 두 규정(제45조의3, 4)과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 증여의제규정(제45조의5)의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규정의 경우 2013. 2. 15. 상증세법 시행령 개정(대통령령 제24358호)을 통해 수혜법인의 주주가 특수관계법인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 이를 증여의제이익에서 제외한 다음, 2014. 2. 21. 추가 시행령 개정(대통령령 제25196호)을 통해 수혜법인의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매출액 중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보유한 특수관계법인 지분 비율’ 만큼의 매출액은 증여세 과세대상 매출액에서 제외하도록 개정하였다. 또한, 일감떼어주기 증여의제규정 역시 2017. 2. 7. 시행령 개정(대통령령 제27835호)을 통해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의 주식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대상판결은 비록 위와 같은 시행령 개정 전 사안에 관한 것이긴 하나, 2014. 2. 21. 개정 시행령은 개정 조항을 2013년도 귀속분부터 소급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창설적 규정이 아닌 법률에 내재된 한계를 확인한 확인적 조항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종전 규정에 의하더라도 자기증여로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과세가 제한된다는 해석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자기증여에 관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논거를 모두 부정하였다.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타인에 해당할 뿐더러, 특수관계법인이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도 아니므로 자기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여'의제'규정이라는 법형식에 주목한다면 증여의 실질이나 개념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과세요건에만 포섭되면 과세대상이라는 견해가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증여의 실질이 없음에도 단순히 의제라는 법형식만을 빌어 과세하려 한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법인이 얻은 이익을 그 주주의 이익으로 본다면, 동시에 법인이 손실을 얻은 경우를 그 주주의 손실로 취급해주어야 공평의 관념에 알맞다. 수증자 입장에서 이익 포착 국면에서 법인과 주주를 동일시 하다가, 증여자 입장에서 손실을 포착해야 할 국면에서는 새삼 법인과 주주가 별개 주체이므로 같게 볼 수 없다는 논증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대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 증여의제규정(제45조의5)은 일감몰아주기나 일감떼어주기 증여의제규정과는 달리 수혜법인의 경제적 이익이 보다 직접적으로 증여법인의 경제적 손실에서 비롯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대법원이 위 증여의제규정에 있어서 증여법인과 수증법인의 지배주주가 동일한 경우라도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규정과 마찬가지로 자기증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두5221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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