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담뱃세 피하려' 니코틴 신분세탁 시켰다  
등록일 2022-03-12
조세일보
◆…전자담배 액상을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액상의 주 원료인 니코틴 추출 과정을 속여 담뱃세를 회피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 단지 내 전자담배 전용 흡연 공간 모습.(사진 연합뉴스)
A사는 2017~2018년(사업연도)에 전자담배 액상을 제조·판매했고, 이때 수입한 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은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세청은 개별소비세를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A사가 원료로 사용한 니코틴이 ‘연초의 줄기(또는 뿌리)가 아닌 잎에서 추출’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서다. A사는 국세청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다.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현행법에서 담배를 연초(煙草) '잎'을 원료로 만든 것으로만 규정했다. 이에 잎이 아닌 연초의 줄기·뿌리로 만든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은 담뱃세(개별소비세 등)를 물지 않았다(현재는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대상).

A사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니코틴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거래처를 상대로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주문했고, 이때 거래처로부터 수입통관 관련 서류(줄기추출 니코틴 증명서 등)로 받았다고 한다.

A사는 "처분청이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학술지나 주관적인 과세근거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해당 니코틴이 연초의 잎에서 추출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과세처분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가 해당 니코틴을 원료로 한 전자담배 액상을 제조·판매하면서 매출처인 거래상대방에게 개별소비세를 추가징수하지 못했음에도, 자사에게 소비세액을 과세한 처분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처분청은 A사가 해당 니코틴을 수입신고 할 때 제출한 서류에는 '품목이 무엇인지' 여부는 작성자가 임의로 작성할 수 있어, 해당 니코틴이 실제로 줄기에서 추출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사가 이해관계자와 나눈 대화도 처분 근거로 들었다. 니코틴을 구입할 경우 담배 관련 제세를 회피하기 위해 줄기 추출 니코틴으로 관련 서류를 수정·교부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처분청은 "사기업체들은 니코틴을 불법으로 제조·수출하면서, 왜 경제성 등 효율이 낮은 연초 줄기로 만드느냐, 차라리 잎에서 추출한 후에 줄기에서 추출한 것처럼 증명서를 써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거래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해당 니코틴이 연초의 줄기 또는 뿌리에서 추출되었다는 A사의 주장은 신빈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세심판원의 판단도 처분청과 같았다(기각 결정, 납세자 패소).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거래처는 정부당국으로부터 니코틴 제조허가를 받지 않았고, 청구법인(A사) 등 국내 업체에 니코틴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있다"며 A사가 내민 증거를 문제 삼았다. 또 "담배 관계기관의 회신자료에 따르면 담배 제조는 연초 잎만 수거해 건조 후에 정부가 구입하는 구조로서, 뿌리와 줄기는 폐기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청구법인은 전자담배 액상의 원료인 쟁점니코틴이 줄기 또는 뿌리에서 추출된 것인지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의 제시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매출처인 거래상대방에게 개소세를 추가 징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처분은 부당하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선 "추가징수했는지 여부와는 관계 없이 쟁점니코틴을 원료로 전자담배 액상을 제조·판매함으로써 개소세 과세요건이 충족되는 점 등을 볼 때 A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고심판례: 조심2020전8455]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