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사의 좋은 하루] 없어도 괜찮지만, 있어도 좋을 거 같은 조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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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사회는 그 사회가 지속하는 한 계속하여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문제는, 문제가 하나하나 해결될 때마다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와 직면한다는 데 있다.

이웃에 아들만 둘인 부부가 있었다. 코로나 전이었으니 4년이 지났다. 첫째 아들이 결혼한다는 데 부부가 갑자기 경기도 하남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단다. 아내는 동네 상가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하고 있다. 남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젊었을 때는 건설 계통에서 사업을 하면서 제법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다 할 재산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들 장가보내기 위해 서울 아파트를 팔고 평수를 줄여서 하남으로 떠난 거만 보더라도 짐작은 간다. 방법이 다를지언정 요즘 결혼하는 자녀를 둔 대다수 부모가 감수해야 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다.

매년 이맘때면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는다. 정성껏 준비해서 차린 밥상이라 해도, 늘 보던 음식이나 입맛에 맞지 않을 때는 손길이 가지 않는다. 시기적으로는 국민 입맛을 돋울만한 국민 반찬이 필요한 때다. 올해 올라온 메뉴 중에 예상과 달리 유산취득세에 관한 내용이 빠졌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있을법하다. 비슷하지만, 의외인 것이 눈에 띈다.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공제'(이하 '혼인 증여공제')가 그것이다. '혼인 증여공제'는 결혼 전후 2년 이내에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포함)으로부터 증여를 받게 되면 1억 원을 과세 금액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이다(현행 성인의 증여공제는 5천만 원). 호기심을 갖는 이도 있고 생뚱맞다며 젓가락질을 멈추는 이도 있을 터다.

이대로 세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혼인으로 인해 부부가 각각 1억 5천만 원(총 3억 원)을 공제받게 됨으로써 결혼으로 1,940만 원 상당액의 증여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혼인 증여공제'가 도입되면 혼인과 출산 장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결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겠다는 선의(善意)는 세수 여건을 고려할 때 고육지책에 가깝다. 그리고 증여공제액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현실화하자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한다. 반면, '정부의 기대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에서부터 '부자감세'라는 비난도 들린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자. 증여세제를 두고 있는 OECD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녀에 대한 증여공제 수준은 하위 다섯 번째라고 한다. 증여세제가 없는 국가도 14개국이나 된다. 일본의 혼인에 따른 증여공제액은 1억 정도다.

'혼인 증여공제' 도입에 대한 주변의 생각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온도 차가 있다. 더러는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다. 결혼할 여건이나 생각이 없는 사람은 당장은 나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직계존속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증여할 재산이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조세감면(혼인 증여공제) 보다 재정지출로 지원하는 것이 낫지 않냐고도 한다. 일부는 결혼과 출산을 연계하자거나, 기본공제액을 현행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이나 1억 원 수준으로 상향하자는 의견도 있다.

신혼부부 중 상당수는 금액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양하고 음성적 방식으로 결혼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여세를 부과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남으로 이사한 지인도 세금 때문에 고민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세금까지 더해졌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과세당국도 사회통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묵인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혼인 증여공제'는 세금 사각지대에 있던 것을 과세권 내로 유인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수 증가 효과(추가 증여 시 10년간 증여재산 합산과세)가 생긴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사람마다 각자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이 맞는다고 생각한다('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 그리고 "나의 생각이 보편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데는 자기중심적 프레임 때문이며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은, 이 세상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최인철의 『프레임』에서)"라는 지적에 공감하게 된다.

없어도 괜찮겠지만, 있어도 좋을 거 같은 '혼인 증여공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불현듯 "조세제도야말로 그 사회의 근원적 가치 기준이다(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라는 메시지가 머리에 맴돈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조세일보/김종봉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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